“봄아 어서와라 나비 훨훨 날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될 ‘봄’을 꿈꾸며 ‘나비’들이 다시 한번 날갯짓을 시작했다. 여성·법조·역사 등 분야를 망라한 383개 단체와 학생·직장인·국회의원 등 개인 335명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전국행동) 발족식을 열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재단 설립계획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이들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인 ‘12·28합의’가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들의 요구를 담지 못한, 졸속적인 ‘담합’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일본 정부의 범죄사실 인정·번복할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사죄·사죄의 증거로서의 배상·진상규명·역사교육과 추모사업 등의 조치를 세계인과 함께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행동은 한·일 정부에 보낼 요구서를 작성해 이날 외교부에 전달했다. 한국 정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합의가 피해자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25년간 거리와 국제사회에서 외친 피해자들의 뜻을 멋대로 왜곡해 이번 합의를 합리화해서는 안된다”며 “더 이상 부당한 합의를 피해자와 국민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에도 “피해자가 아닌 대통령에게만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고, 평화비 이전을 조건으로 내건 합의문은 해결이 아니”라며 “역사를 왜곡하고 침략전쟁을 되풀이하는 것,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 문제제기조차 하지 말라는 것 모두 피해자들에 대한 제2, 제3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기로 한 재단을 반대하는 취지로 제안된 시민재단 설립 계획도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재단의 공식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정의와 기억재단’(정의 기억재단)으로 △‘위안부’ 피해자 복지·지원 △진상규명·기록보존 △평화의 소녀상 건립 및 추모사업 △일본군 ‘위안부’ 관련 교육사업 △미래세대를 위한 장학사업 등을 할 계획이다.
재단을 최초로 제안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주는 것은) 백억이 아니라 천억을 줘도 안 받는다. 수만명이 끌려가 죽었는지도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아베 총리가 진정으로 사죄를 하지도 않고 (그 돈을) 어디다 쓰겠냐”며 “우리들이 서로가 손을 잡고 재단을 만들어서, 어느 구석에서 안 죽고 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를, 우리들과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워달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많은 이들이 재단설립 동의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앞으로 전국행동은 재단 설립과 더불어 12·28 합의 무효를 위한 여론을 만들고, 국회에 무효·재협상 약속을 촉구하는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국제사회에도 합의의 부당성을 알리는 세계 1억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다음달 18일 중국·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네덜란드 등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긴급 대표자회의’도 개최할 계획이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1965년 한일협정이 이미 있었고,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안했지만 피해자들이 거리에 서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론을 열어 놓은 것”이라며 “지금도 우리가 여론을 만든다면 12·28 합의 무효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위해…‘정의 기억재단’ 설립
박태우기자
- 수정 2016-01-14 15:25
- 등록 2016-01-14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