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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고 아련한 루돌이. 정이현 제공
눈을 맞고 아련한 루돌이. 정이현 제공

지금 나는 잠시 집을 떠나와 있다. 출장 여행으로 며칠간 집을 비우면서 식구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루돌이 물, 루돌이 밥, 루돌이 배변 패드, 루돌이 산책, 루돌이, 루돌이, 루돌이! 요는, 내가 없어도 부디 루돌이를 잘 보살피라는 거다.

가장 잦은 빈도로 언급한 단어는 ‘물’일 것이다. 루돌이의 하루 음수량이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다르기에 그렇다. 루돌이의 물그릇 용량은 꽤 큰데 하루에 몇 번씩 채워줘야 할 정도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느새 물그릇이 비어 있다. 보통 때는 내가 주방의 정수기를 오가며 물을 채워주지만 내가 없으면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아예 2리터짜리 생수병 한 묶음을 주문했다. 생수 네댓 병을 물그릇 옆에 일렬로 세워두었다. 뚜껑을 따서 부어주는 일이라면 오며 가며 식구 중 누구라도 하겠지. 설마 이래도 안 하지는 않겠지. 그런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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