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업계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은 수소 생산의 친환경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지만, 포스코와 같은 주요 기업들조차 이에 대한 뚜렷한 계획 없이 ‘블루수소’를 표방해왔다. 업계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향후 탄소중립 달성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본다.
SK E&S는 에너지기술연구원, 씨이텍과 함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고도화 및 실증·상용화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SK E&S는 2025년부터 연간 블루수소 25만톤을 생산할 계획인데,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습식으로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도 수소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전부 회수해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다른 기업에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루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개질해 만든 뒤 탄소를 포집한 수소를 일컫는다. 블루수소 생산 과정의 화학반응만 놓고 보면 수소 분자 4개당 이산화탄소 분자 1개가 발생한다. 개질에 쓰이는 수증기를 만드는 등의 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있다. 다만 이런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해 지하에 묻거나 재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뜻에서 ‘블루’라는 이름이 붙는다. 블루수소라는 명칭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필수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CCUS 기술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포집이나 매장에 드는 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재활용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넷제로 바이 2050’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76억톤을 포집해야 하며, 이 중 13억5500만톤이 수소 생산 과정에서 포집돼야 한다고 봤다. 지난해 이산화탄소 포집량은 총 4000만톤에 그쳤다. 국제에너지기구는 “CCUS 규모를 빠르게 늘릴 수 있을지 여부는 경제적·정치적·기술적인 이유로 매우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수소 사업에 뛰어든 일부 국내 기업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블루수소’를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포스코는 “2030년에는 연간 블루수소 50만톤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포집량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기술 확보와 관련해서도 뚜렷한 계획이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세상에 없다”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포집하겠다는) 목표치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2006년 인수한 영국 에너지기업 밥콕을 통해 포집 기술 실증을 마쳤다. 다만 국내 수소 생산 공정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에서 블루수소를 연간 1750톤 생산할 계획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