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3.6%→2010년 28%로
시도원인, 가족갈등·친구갈등 순
전문가 “초기에 적극 개입해야”

최근 10년 동안 청소년의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2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내놓은 ‘국내 정신질환 관련 연구 현황 파악 및 우울증 자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2010년 전체 청소년(15~19살) 사망자 1034명 가운데 자살자는 292명으로 자살 비율이 2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10년 전인 2000년(13.6%)의 곱절이 넘는 수치다. 2000년에는 전체 청소년 사망자가 1777명, 자살 사망자가 241명이었다.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크게 늘지 않았으나, 자살 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년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광고

나이대별 비교에서는 청소년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 사망도 많아져, 15~18살은 인구 10만명당 8.2명으로 12~14살의 2.5명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국내 청소년 자살 현황을 외국과 비교해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6.8명보다 상당히 높았다.

청소년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청소년 7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가족 구성원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응답이 36.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친구와의 갈등이 25.6%, 학업 문제가 12.2% 차례였다.

광고
광고

청소년의 자살 가능성은 가계의 경제 상태가 낮을수록, 본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나 불행·우울감이 클수록, 잠자는 시간이 부족할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 청소년 가운데는 성 경험이나 성폭력 경험, 음주 및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우종민 인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른바 ‘왕따’ 등 교우관계나 부모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자살 시도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노인들의 자살 원인인 질병이나 빈곤, 고독 등과는 달리 청소년의 대인관계 문제는 학교나 부모, 상담기관 등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청소년 자살의 경우 자살 계획에서 시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어른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상황 변화가 쉽지 않아 오랜 기간 자살 생각을 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청소년은 충동적인 자살이 많다는 뜻이기에 초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자살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