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현대차·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누리집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현대차·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누리집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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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우리 국민 300여명이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석방 교섭이 마무리돼 이들이 귀국하게 됐으나, 동맹국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례 없는 대대적 단속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일은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물론이고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지 한달여 만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번 일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한국에 직접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투자 기업을 위축시키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이번 일은 미국 현지에서 기한과 비용에 맞춰 공장을 지어야 하는 투자 기업의 현실과 이를 위한 취업비자(사증) 발급 등 여건 조성에는 소극적인 미국 정부의 방침이 충돌하는 가운데 일어났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하려면 전문직 취업비자(H-1B)가 필요하지만, 미국은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까다로운 요건을 적용하고 수량도 제한한다. 이 때문에 부득이 단기 방문용 전자여행허가(ESTA)나 회의 참석, 계약 체결 목적의 단기 상용 비자(B-1) 등을 발급받아 미국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들이 있다. 특히 공장 설립과 초기 설비에는 즉시 투입 가능한 숙련된 기술자를 현지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미국 언론조차 “모든 노동자가 체포된다면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미 당국이 대규모 단속을 벌인 것은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들이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자국 내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세관단속국이 자기 할 일을 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일은 삼성, 에스케이(SK) 등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법이민자 퇴출과 미국 제조업 부활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고려할 때, 이번 일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불가피한 관행이었다 해도, 차제에 불법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장 건설 등에 한해서는 한시적 취업을 허용하도록 하는 등 한-미 간 해법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