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유 ㅣ 한신대 경제학 교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치자 일부 국가들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사망률 증가와 제2차 파동을 걱정하고 있다. 우리도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이 만만찮아 보인다. 숨어 있던 바이러스들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정책 담당자들도 불확실성과 정보 부족하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공보건정책과 경제정책의 설계 집행자인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과 사망을 줄이면서도 경제 위축의 비용을 줄이는 해법을 찾고 싶어 한다. 경제학자들도 방역과 경제의 불편한 딜레마에 대한 해법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 감염예측모델(SIR 모델)에 경제와 정책 변수들을 결합하여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감염-경제 모델의 추정 결과는 대체로 상식에 부합한다. 첫째, 선제적인 강력한 정책이 생명과 생산을 살리는 최적의 해법이다. 둘째, 진단과 추적, 코호트 격리, 무작위 항체검사 등이 불확실성을 줄여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를 완화한다. 셋째, 언택트 경제활동과 재택근무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감염, 사망, 경제적 비용을 줄인다. 이러한 추정 결과는 토마스 푸에요가 명명한 ‘망치와 함께 춤을 전략’(hammer and the dance strategy)에 부합한다. 선제적으로 강하게 통제하고 이후 지역 감염이 나타나면 대량 진단, 추적, 격리로 제압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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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백신이 나올 때까지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고 길게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선택지다. 결국은 집단면역으로 가기 위한 최적 정책 조합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방역에 최우선순위를 두면서 진단, 접촉 추적,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와 봉쇄 등의 조치를 선택하고 조합하는 것이다. 독일이 제시한 위험적응 전략(adaptive risk strategy)이다.

케이(K)방역이 ‘망치와 춤’ 전략에서 세계적 모범을 보였다. 케이방역이 위험적응 전략에서도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데이터, 신뢰, 확실성, 그리고 보험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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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의 확진자 발생 건수를 보고 그때그때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감염과 확진 사이에 시간 지체가 있어 무증상 감염에 대처하기 어렵다.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실시간 재감염률(RT)을 목표 지표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데이터 분석과 통계적 추정을 통해 일기예보와 같은 감염예보 시스템도 시급하다. 모든 국민을 모집단으로 하는 무작위 항체검사 계획도 이제야 발표되었고 매우 제한적이다. 영국은 30만명(월 2만5천명)을 12개월 동안 조사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조사에 훨씬 더 많은 예산과 정책이 투입되어야 한다. 불확실성하에서는 데이터가 사람과 경제를 살린다.

생활방역에서는 정책에 대한 개인들의 순응과 보건지침의 자발적 준수가 정책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확진자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은 시민들의 협력과 신뢰를 해칠 수 있다. 더 안전하게 더 세심하게 관리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확진자와의 접촉 정보를 블루투스를 통해 공유하는 추적앱(contact tracing app)도 시급하다. 다만, 개인정보보호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추적앱은 시민들에게 외면받거나 악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 격리, 스마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공하려면 시민들의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 단기 방역이 장기 부채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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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크고 데이터와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미래에 나올 수 있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용한 데이터, 정보, 지식, 연구를 최대한 활용하여, 정부는 향후 대응 전략과 방법, 일정의 플랜을 더 명확하고 더 자신감 있게 제시해야 한다. 경제적 손실의 50%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봉쇄의 직접적 영향이지만 나머지 50%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고 한다. 미래 시점에서 과거의 결정이 오류였다고 비판받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사회적, 개인적 위험에 대해 국가는 최선의 효과적인 보험과 사회안전망을 과감하게 제공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회복 단계에서의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는 감염과 사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의 소득이 보장되고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순응성이 높아진다. 국가는 최후의 보험제공자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