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사를 나와 장교로 근무했던 한 후배가 필자에게 말한다. “육사의 결혼·흡연·음주에 대한 전통적인 ‘3금’ 제도는 위선을 정당화하는 제도”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한 가지 사례를 든다. 어쩌다 장군들이 공개하는 프로필을 유심히 보면 자제의 나이까지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 나이만큼 역으로 거슬러 가면 장군이 아이를 낳은 때가 육사 생도 시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만일 육사 출신 장교들의 자제를 전수조사 한다면 생도 때 몰래 낳은 자식들이 꽤 발견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육사의 규율을 위반한 결과로 탄생한 ‘불명예스러운 생명’들은 3금 제도가 지켜질 수 없는 위선이라고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고성균 육사 교장은 최근 성범죄로 물의를 빚은 육사의 교육문화 혁신대책으로 3금 제도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제도 중에 잘 지켜지는 건 흡연 금지다. 생도들 사이에는 “흡연을 하면 외박을 못 나간다”는 상식이 있기 때문이다. 폭풍 구보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외박이 금지되는데 흡연을 하면 체력이 떨어져 낙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나머지 두 개는 지켜질 수 없는 규율이란다. 그러나 육사에서 무슨 사건만 터지면 이런 위선적인 규율을 더 강화하고 본인은 물론이고 동기생의 규율위반까지도 고발해야 하는 양심과 명예의 의무까지 더 강조한다. 곧 동기생을 고발하는 문화를 더 고수하겠다는 얘기다. 육사 생도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인데 굳이 육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규율이 더 강화되는 이유가 뭘까?
바로 자신들은 특별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특별한 직업을 따지자면 의사·교사·검사·경찰과 같은 많은 전문직이 다 특별하다. 그런데 육사는 더 특별하기 때문에 사회와 격리된 폐쇄성이 유달리 강하고 도무지 발전이란 게 없다. 우리나라의 사관학교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일 뿐 세계적인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사관학교들은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보다는 이미 대학 교육을 이수한 자들에게 추가로 군사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원’에 가까운 개념으로 변모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관학교 제도는 19세기의 유물인 미국 청교도 시절의 금욕주의 문화를 모방한 그런 특별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특별함의 결과 한국 현대사에 매우 특별한 전두환·노태우를 배출했고, 희대의 군대 내 사조직도 만들었다.
1990년대에 군에서 ‘알자회’라는 사조직 사건이 터졌다. 조사 과정에서 장교인 피의자들이 사조직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육사 교육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되어 “서로 알고 지내자”는 운동으로 사회적 친교능력을 기르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칭이 알자회다. 굳이 이 사건을 떠올리는 이유는 정신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민주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전문 직업주의를 구현하지 않으면 육사는 괴물을 만드는 공장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육사는 암기와 주입을 위주로 한 교육과정을 보면 엘리트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사관고등학교’에 가깝다. 여기서 배출된 장교들이 군내 주요 보직과 진급을 독식하면서 그 외 어떤 출신으로부터의 도전과 경쟁도 용납하지 않는 패권적 군사문화를 형성하였다. 그 결과 세계 6위권의 규모인 우리 군은 끊임없는 퇴행을 거듭해왔다. 이런 위험한 문화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가 차원으로 확산되어 절대 국민과 친화력을 도모할 수 없는 위험사회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금 청와대와 국정원의 행태야말로 육사 출신들의 오래된 특별함, 곧 잘못된 선민의식과 청교도식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된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