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째 주는 협동조합 주간이며, 7월6일은 정부가 지정한 제1회 협동조합의 날이다. 정부는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일주일 동안 박람회, 국제 심포지엄, 정책토론회, 워크숍, 협동조합 사례 발표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사에서 “개별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협동조합의 기초인 자율성을 훼손하고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의 간접 지원 원칙을 강조했다. 협동조합 주간 부서인 기획재정부도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중간 지원 기관 육성과 사회적·경제적 환경 조성을 통한 간접 지원 외에 인건비나 운영비 등 직접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일부 공공단체까지 직접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한 협동조합에 대해 생산 설비 구입 자금을 지원하고, 운영 자금도 매월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 공공단체는 최근 협동조합 비즈니스 지원 사업을 통해 여러 분야의 협동조합에 브랜드 및 제품 개발, 운영 설비 구입 등에 수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는 간접 지원 원칙을 고수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단체는 직접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혼란이 이는 것이 당연하다. 자주, 자립, 자치를 원칙으로 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와 공공단체의 지원은 언뜻 생각하면 불합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 추구를 함께하는 상생 경제 모델이라고 평가한다면 ‘간접 지원이다’, ‘직접 지원이다’를 따질 것이 아니고 어떤 정책과 제도가 협동조합과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간접 지원 원칙 천명은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 제10조 제2항은 ‘국가 및 공공단체는 협동조합 및 사회적 협동조합 등의 사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하고, 그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서만 세제 및 정부 구매 혜택 등의 직접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아기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도 처음부터 혼자서 벽 잡고 시작하지 않는다. 엄마나 아빠가 손도 잡아주고 박수도 쳐주며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하물며 사회적·경제적 필요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며 시행하는 제도에 대한 초기 지원은 제도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협동조합 주간에 열린 국제 심포지엄의 발표자로 나선 이탈리아 ‘콘프코오페라티베 에밀리아 로마냐’의 마시모 코차 대표는 “법이 허용한다면 창업이나 일반 기업의 협동조합 전환 등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코차 대표는 이탈리아도 협동조합 발전 초기에는 정부가 직접 지원했으며, 특히 일반 기업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출연한 기금에서 지원을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이탈리아는 회원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연합회에 출연한 기금 등으로 설립한 비영리법인인 협동조합발전기금이 협동조합에 대한 창업 및 설비, 운영 자금의 40~50%까지를 대출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새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의 10번째가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활성화로 따뜻한 성장 도모’이다. 정부가 다른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정책,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시장경제 하에서 주식회사 등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적 동반자이자 사회적 약자들의 상생 경제 모델인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외면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있다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한 기반 구축 지원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인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지원 기금 조성 방안 및 지원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하여 ‘선거용 협동조합’, ‘정부 지원금 쇼퍼형 협동조합’을 잘 걸러내는 혜안이 필요할 뿐이다.
강승구 행복세상 사무총장, 한국협동조합진흥연구원 협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