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아들’, ‘허웅 동생’. 연세대 허훈(22)에겐 항상 이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는 ‘농구대통령’ 허재(52) 남자대표팀 감독의 아들로 세인들에게 알려졌고, 두 살 터울의 형 허웅(24·원주 동부)과 비교됐다. 기대만큼 기량이 따라주지 못할 때면 늘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5월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도 그랬다. 몇몇 프로 선수들이 부상, 재활 등을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아 대체선수 성격으로 뽑혔지만 주변에선 특혜를 받았다며 역차별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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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허훈(앞)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체육관에서 열린 2017 대학농구리그 결승 2차전 고려대의 경기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세대 허훈(앞)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체육관에서 열린 2017 대학농구리그 결승 2차전 고려대의 경기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훈이 프로 데뷔를 앞두고 대학 무대 마지막 대회에서 그동안의 울분을 쏟아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26일 ‘맞수’ 고려대와의 챔피언결정전(3전2선승제) 1차전 원정경기(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14득점 14도움주기 6튄공잡기로 맹활약하며 팀의 83-57 대승을 이끌었고, 27일 2차전 홈경기(연세대 체육관)에선 19득점 9도움주기 3가로채기로 70-61 승리의 주역이 됐다. 연세대는 허훈의 활약 덕분에 고려대를 제치고 2년 연속 대학농구 정상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고려대는 허재 감독의 용산고 동창으로 ‘절친’이자 허훈의 용산고 대선배인 이민형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허훈은 아빠 친구이자 자신의 대선배를 울리고 당당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허훈은 “정기전과 챔프전을 위해 지난 1년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오늘 우승으로 보람을 느낀다”며 “농구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1학년 때 가졌던 패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형 허웅보다 아빠를 더 닮았다고 평가받는 허훈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2017 프로농구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선다. 그는 “어느 팀에 가든 자신있다. 허훈다운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