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비선 기획자’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2주 전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방첩사령부와 정보사령부 중 어디가 충성심이 강한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북한에서 50여명 정도의 고위 장성 등이 대대적으로 넘어오면 이것을 방첩사에 임무를 줘서 심문하는 게 나은지, 정보사가 나은지 물었다. 그러면서 ‘방첩사가 충성심이 세냐, 정보사가 세냐’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2주 전인 지난해 11월 중순께 이런 문의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이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대량 귀순 등 급변 사태를 표면적으로 상정한 뒤, 비상계엄 사태 때 군부대 운용 계획을 세우려 했다고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에 노 전 사령관은 “방첩사는 근무 안 해봤지만 정보사가 세다고 얘기해줬다”고 답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방첩사는 군에서 나름 엘리트”라며 “대가리(머리)가 잘 돌아가 충성심이 약하다”고 설명한 반면, 정보사를 두고선 “적 군함이나 관사를 부수고 암살하는 특수부대도 있다”며 “쉽게 말해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애들”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중국 공안에 잡혀도, 망치 맞고 해도 불지 않고 충성심이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정보사 요원들은 수사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아니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밝힐 제2수사단 요원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돼 선관위 직원을 감금하고 심문해 부정선거 자백을 받아내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었다. 당시 정보사 요원들은 손발을 포박할 케이블타이와 포승줄은 물론 안대와 송곳, 망치, 니퍼, 야구방망이까지 준비했다.
노 전 사령관의 진술과 정보사 요원들의 활동을 종합하면,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전부터 중대한 위법행위를 거부 없이 수행할 충성심 강한 부대를 미리 물색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노 전 사령관은 “북한 고위 장성 포함 부부 동반으로 50명 이상 넘어왔을 때, 이들을 공작해서 심문하는 데 ‘방첩사가 좋으냐, 정보사가 좋겠냐’고 해서 전혀 계엄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비상계엄 가능성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