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절차적 민주주의 허울임을 증명”…중앙 “지체된 정의는 정의 아냐”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지난 6일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1월26일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꼭 100일 만이다. 동의안은 새누리당 의원 158명만 표결에 참여해서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가 검사 시절인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수사검사로 참여해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면서 인사 청문회를 거부해왔다.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70여일 만인 지난달 7일에야 청문회를 열었으나 야당은 다시 청문 결과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당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 연기를 요청했지만 정 의장은 직권상정 철회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 ‘공백 메운 대법원, 한명숙 사건 속도 내야’로, 한겨레는 ‘민주주의 모욕한 박상옥 대법관 인준’으로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일관되게 박상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지연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의 전력을 들어 대법관으로 임명하기에는 ‘자격 미달’ 임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중앙은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이 지연되면서 지난 2월17일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 자리는 80일째 공석 상태’이고, ‘신 전 대법관이 속했던 대법원 2부는 원래 4명이 해야 하는 재판을 3명이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 재판은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할 때 쓰는“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예로 들면서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지연된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를 두고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조차 자격 미달이라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새누리당이 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고, 야당은 뚜렷한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끌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야만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대법관의 자리에 앉는 역설적이고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고 개탄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중앙은 한명숙 새정치연합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의 선고가 미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후 대법원에서 1년 8개월 동안 중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이 박 대법관 후보 임명에 계속 시비를 걸었던 이유도 한 전 총리 사건 선고를 최대한 지연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의 자격 논란 외에 인사청문회나 인준 표결 등의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덧붙이고 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으나 실제 청문회 내용을 보면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법무부는 박종철씨 사건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인사검증권을 철저히 무시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한 사람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두 신문이 이렇게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갈리는 현실을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 진보, 보수 진영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대결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디서 어떻게 시각차가 나는지를 보다 면밀하게 살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인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의 임용자격은 45세 이상인 자로서 20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로 종사한 자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자,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자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2000년 국회법이 개정되어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경우 국회의 동의에 앞서 국회에서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갈려 결국 100일 동안 대법관 공백 사태를 맞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평가 또한 팽팽히 맞서있다. 대법관 자질 자체에 대한 논란과 이를 평가하는 법제도와 절차 준수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00일만에 가결됐는데 2012년 김병화 인천지검장이 대법원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는 야당 반대로 117일간 대법관이 공백 상태였으며, 2011년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파동 때는 여당 반대로 14개월 헌재 재판관이 공석이었다. 그런만큼 대법원 후보자 자질 검증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과 이를 지킬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준영, 조진만 지음
써네스트 펴냄, 2013년
대한민국 인사청문제도가 던진 질문들과 그 해법을 찾아 본 책으로 선진 인사청문제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인사청문제도가 본래 도입 취지인 견제와 균형 논리에 입각해서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기울어진 저울: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이춘재·김남일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2013년
지난 10년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를 통해 ‘그들만의 대법원’이 아닌 ‘우리들의 대법원’ 만들기를 지향한 책으로 사법 정의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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