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이 시민과 협업하면 저널리즘을 더 투명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언론학 교과서’라고 불리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의 저자 톰 로젠스틸이 ‘신뢰·기술·투자’를 주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개최한 저널리즘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왔다. 세월호 사태를 거치며 ‘기레기’라 불릴 만큼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가짜뉴스가 난무해 진실과의 싸움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저널리즘의 기본 책무를 되짚는 그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한겨레>가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로젠스틸을 만났다.
그가 첫손에 꼽은 것은 시민의 역할이었다. 변화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을 뉴스 수집 통로로 활용하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지난해 퓰리처상을 받은 <워싱턴포스트> 데이비드 파렌트홀드 기자의 예를 들었다. “파렌트홀드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기부를 실제로 했는지 취재에 나서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후원금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 불과 10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에스엔에스를 통해 기자의 손발이 닿지 않는 영역과 전문성을 빌려 성과를 낸 사례다. 트윗이 확임됨에 따라 (트럼프가) 기자의 위조를 주장할 수 없도록 투명성도 확보됐다”고 짚었다.
과거 저널리즘의 1차 목표는 정보를 전달해 시민들이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디어 생태계 변화로 언론사와 기자 중심의 뉴스 생산 독점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런 역할이 여전히 유효할까. 그는 “그동안 기자의 역할이 사실 확인과 진실 보도의 문지기였다면 이제는 정보를 설명하고 주석을 달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젠 정보 전달을 넘어 정보의 맥락을 설명하고 해석해주는 ‘진실 확인자’ ‘의미 부여자’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저널리즘의 핵심은 그 정보를 왜 신뢰해야 하는지 투명하게 알려주는 것”이라며 “인터넷 조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충성도 높은 독자를 기반으로 인터넷 독자 관여도를 측정해보면 기자들이 생각하는 양질의 기사와 독자가 생각하는 양질의 기사가 비슷하다. 앞으로 디지털 구독 모델에서 독자 측정조사를 더 엄밀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플랫폼이 달라지고 있지만 그는 기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디어 환경은 팩트가 중요한 신문시대, 목소리가 중요한 라디오 시대, 눈으로 확인한 티브이시대를 거쳐 다양한 견해가 쏟아지는 인터넷 시대를 맞았다. 시민들의 의견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종이신문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의 파괴력을 절감한 그는 “신문의 판매부수보다 광고가 더 급격하게 줄고 있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에 의존한다. 결국 디지털로의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다. 신문업계가 내 의견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디지털로의 전환이 빠를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기존 언론사의 광고 수익모델 대신 독자 중심 모델을 강조했다. “언론매체들이 종이신문을 포기하고 디지털로 옮길 때 광고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광고를 장악하고 있다”며 “<뉴욕타임스>는 종이신문을 발행하고 있지만 수익의 3분의 2가 디지털에서 나온다. 디지털 독자도 종이신문 구독자 대비 3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폭스뉴스> 등 일부 채널은 보수우익 시청자를 겨냥해 정파적 접근을 한다며, 저널리즘이 헌신해야할 대상은 정치·자본 권력이 아니라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당파성에 의지하면 스스로 파멸을 부르는 지름길을 택해 위험하다. 언론이 독립성을 잃으면 목적 없는 플랫폼으로 전락한다.” 그는 “언론이 침착함과 전문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는 전쟁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이다. 전쟁은 강력한 언어를 쓰면서 한쪽 편을 든다. ‘뉴스미디어는 국민의 적’이라며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해온 트럼프가 원하는 게 바로 이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기사 아닌 ‘스토리’에 빠졌다고 한다. 매일 출근 전 정치 스릴러 소설을 쓰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장 임명과 관련한 <샤이닝 시티>라는 소설을 펴낸 데 이어 내년 2월엔 <더 굿 라이>라는 제목으로 정부 관계자들의 거짓말과 백악관의 음모를 다룬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2권을 더 계약했다. 소설마다 워싱턴의 음모를 파헤치는 ‘정치수사관’이 등장한다”며 “저널리즘이 사라지더라도 생계는 이어갈 수 있다”고 농담하며 웃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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