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에 이른 인간들이 겪는 울적함을 침팬지·오랑우탄 같은 고등 유인원들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이피>(AP) 통신은 19일 영국 워릭대학의 앤드류 오스왈드 교수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실었다고 보도했다.
오스왈드 교수는 미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싱가포르·일본에 있는 동물원·연구센터로부터 유인원 508마리의 감정 상태에 대한 통계자료를 취합했더니, 이들의 일생에서도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겪는 ‘감정의 유(U) 곡선’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정의 유(U) 곡선’이란 사람의 경우 20대 청년기에 행복을 느끼는 감정이 높았다가 40대 후반대에 바닥을 친 뒤 다시 노년에 이르러 만족도가 올라가는 패턴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유인원 관찰자들로 하여금 △동물들의 기분이 긍정적인지 아닌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는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얼마나 성공적인지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오스왈드 교수는 “유인원들은 융자를 받아 집을 사거나 직장에 갈 필요가 없고 결혼을 하지 않는데도 사람들과 똑같은 감정 곡선을 그린다. 중년의 우울이 현대사회에서 비롯되는 괴로움 때문이 아니라 진화과정에서 내려온 특질임을 보여주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