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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정식 발효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정식 발효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품목에서 빠진 자동차와 부품, 철강·알루미늄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들은 한숨 돌렸다는 표정이다. 이미 부과된 25% 관세에다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탓이다.

3일 새벽 5시께 미국 상호관세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애초 우려와 달리 상호관세가 기존 자동차 관세에 더해지지 않으면서, 50%에 이르는 관세를 부담하거나 도요타 등 경쟁업체 대비 더 높은 관세를 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복 부과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이 상호관세에서 제외돼 ‘25% 플러스알파(+α)’ 관세율이 되지 않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관세 부과가 엄중한 상황이지만 쿼터(물량제한)가 풀린 것을 기회로 삼아 제품을 더 수출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25%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수출 쿼터(연간 263만톤)가 폐지된 만큼 미국 시장 수요가 많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철강을 중심으로 수출량을 늘려보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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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이 이날 오후 1시1분께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한국지엠(GM) 등의 단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관세 25% 부과 때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관세 금액은 연간 80억달러(약 11조7천억원)에 이른다. 수익성(EBITDA 마진율)도 9.9%에서 5.2%로 반토막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날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상호관세는) 이전에도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관세가 25%로 계속 유지될 경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지키자고 계속 관세 부담을 100% 감내하기는 어려워, 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에게 관세 부담을 전가해 자동차 가격을 올리는 것도 수요 감소로 이어져 수출 물량 자체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