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번 실제 경제성장률은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까?”
이와 관련해 엘지(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17일 ‘낙관적 경제 전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외 경제의 구조적인 충격으로 성장 활력 자체가 떨어졌는데 이를 경기순환상의 문제 또는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따른 영향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치가 3.8%였다가 올해 상반기 3.3%로 낮아졌고, 최근에는 3.0% 수준까지 떨어진 점을 지적했다. 한국도 주요 5개 기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산업연구원·엘지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의 2011~14년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3.7%였으나 실제는 3.0%에 머물렀다. 올해도 애초 성장률 전망치는 3.6%였지만, 3분기까지 상황을 보면 2%대 후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은 “물가 상승률도 과다하게 높게 예측됐다. 2011~14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8%였지만 실제는 2.2%였다”고 지적했다.
낙관적 경기 전망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자스민 혁명(중동 민주화)과 일본 대지진,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 국내외에서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위원은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은 낙관적인 전망이 5년 동안이나 지속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그는 대신 “전망기관들이 국내외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과소평가해 기존의 흐름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3%대 초반 성장에서 고착돼 있는 세계 경제의 성장 능력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국내 경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생산성과 자본 부문의 성장 기여도 저하가 뚜렷해 잠재성장률은 2%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낙관적 전망의 반복이 잘못된 정책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위원은 1990년대 일본이 낮은 성장률을 일시적인 수요 위축 때문인 것으로 파악해 구조조정을 미루다 결국 장기 침체에 들어갔으며, 최근 남유럽 국가들도 재정수지를 낙관하다 위기를 맞게 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2%대 성장시대가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며 “경기 부진의 원인이 낮아진 성장잠재력 때문이라면 부양을 통해 성장을 끌어올리기보다 구조개혁과 체질 개선을 통해 경제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