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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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페이퍼컴퍼니 6개 만들어
이수형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와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도 등재
2명 모두 동아일보 기자 출신
전성용 경동대 총장도 이름 올려

김석기(56) 전 중앙종금 사장과 연극배우 윤석화(57)씨 부부, 이수형(51)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가 조세회피지역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고 비영리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 <뉴스타파>가 밝혔다.

30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김 전 사장과 윤씨 등은 2005년 6월 버진아일랜드에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Energylink Holdings Limited)라는 페이퍼컴퍼니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거액의 외화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1999년 구속됐다 풀려난 김 전 사장은 검찰 수배를 피해 외국으로 도피한 2000년 이후에 세운 3개의 법인을 포함해 1990~2005년 사이 총 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조세회피 지역에 만들었다고 뉴스타파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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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90년 홍콩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국제 금융 감각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를 통해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번 것으로 전해진다. 귀국 뒤엔 월가 출신 한국 금융인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으나 그가 국외에서 들여와 국내 채권 등에 투자한 자금이 노태우 전 대통령과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돌며 ‘노씨 자금 관리인’이란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이미경 씨제이(CJ)그룹 부회장과 결혼한 뒤 이혼했고, 윤석화씨와 재혼한 걸로도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김 전 사장은 1997년 경영난을 겪던 한누리투자증권 사장으로 부임해 6개월 만에 흑자로 돌려놓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사모사채 인수 과정에서 차익을 챙기고 지분을 매집했다는 이유로 대주주 쪽과 갈등을 빚다 해임됐다. 그 뒤 증권사 설립을 추진하던 그는 동국제강그룹의 중앙종금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를 거쳐 1999년 사장직에 올랐다가 취임 열흘 만에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 뒤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고, 이후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망에 오르자 출국해 기소중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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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윤씨는 30여년 동안 연극 <신의 아그네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 출연한 스타 배우다. 윤씨는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월간 <객석> 쪽을 통해 “남편이 사업 실패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부부지간이니까 힘이라도 될까 싶어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의 페이퍼컴퍼니에는 이수형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와 조원표(46) 앤비아이제트 대표도 등기이사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동아일보> 사회부 법조팀 기자로 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던 이 전무는 2006년 5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해 8월 페이퍼컴퍼니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 역시 김 전 사장의 수사 당시 동아일보 법조팀 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이 전무와 조 대표는 모두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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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사장 쪽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이유와 탈세 및 비자금 형성 등 불법성 여부는 향후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할 경우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이밖에 전성용(42) 경동대 총장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부친은 경동대를 비롯해 동우대, 경복대 등을 설립한 전재욱(74) 전 총장이다. 전 전 총장은 교비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동우대는 경영부실 대학으로 지정돼 지난해 경동대로 통폐합됐다.

홍대선 송경화 정상영 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