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으로 건너갔다 돌아온 조선 옛 그림 전시회가 열린다. 10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리는 ‘500년 만의 귀향’전은 이 화랑이 10여년간 일본과 다른 외국 경매에서 사모은 조선시대 회화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일본 등 외국으로 유출됐던 그림 선봬 동물·중국 고사 등 미공개 진풍경 눈길조선 그림들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인기 높은 수집 대상이었다. 조선 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할 때 유명한 화가들이 함께 동행해 그림들을 많이 남기기도 했지만, 한반도에 침략한 왜구들이 그림 등을 약탈했고 일제 강점기에도 많은 그림들이 일본에 넘어갔다. 조선 회화 자체의 매력에 더해 중국 문화를 동경했던 일본 지식인들은 직접 중국 그림을 구하기 어려워 대신 중국의 풍경과 고사를 그린 조선 회화들을 선호하기도 했다. 조선 그림들은 특히 에도시대 이후 일본 회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옛 중국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고사도와 동물 그림인 영모도, 호랑이와 말 그림 등을 위주로 그동안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그림들을 상당수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그림은, 조선 왕실이 서울 아차산 부근에 운영했던 말 목장을 그린 것으로 보이는 <방목도>(15~16세기 추정)와 버드나무가 우거진 냇가에서 목동들이 말을 씻기는 <류계세마도>(17~18세기 추정)다. 두 그림 모두 필치와 묘사가 정교해 전문 화원의 그림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전기 말 그림으로는 드문 것들이며 이후 조선 중후기 공재 윤두서 등의 말 그림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교수(미술사)는 설명했다. 15~16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매사냥>은 크기는 작아도 눈여겨보라고 이 교수는 권했다. 조선 왕실은 공신들에게 매를 선물로 주었고 ‘응방’이라는 매사냥 관청을 따로 두었을 만큼 매를 중시했는데 실제 매사냥을 그린 그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림에는 옷차림이 여진족으로 보이는 매사냥꾼들이 등장해 당시 조선 왕실이 외국에서 매사냥 전문 기술자를 데려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임진왜란 이전 것으로 보이는 <누각산수도>의 경우 화풍만 보면 중국 그림인지 조선 그림인지 알기 어렵지만, 그림을 비단이 아니라 한산 모시에 그린 조선 작품이다. 이 그림을 비롯해 풍경과 문인들의 고사를 그린 그림들은 대부분 당대 크게 유행했던 명나라 화원 그림 사조였던 절파풍이다.
동물 그림 중에선 호랑이를 그린 ‘맹호도’가 여럿인데, 일본에 없는 호랑이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밖에 한눈에도 일본원숭이를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는 19세기 <모자원도>와, 이의양의 <목동도> 등 이국풍 그림들도 흥미롭다.(02-720-1524~6)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