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따지면 200년쯤 되었지만, 20년 전을 기점으로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한 취미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사진이다. 취미나 직업으로서의 사진이 침체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 초반쯤이다. 세계시장 기준으로는 1999년(일본 교세라-VP201), 우리나라 기...
역사로 따지면 200년쯤 되었지만, 20년 전을 기점으로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한 취미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사진이다. 취미나 직업으로서의 사진이 침체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 초반쯤이다. 세계시장 기준으로는 1999년(일본 교세라-VP201), 우리나라 기...
오랜 세월 짠내 수집을 통해 여러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과 10여대의 옛 라디오를 갖췄다. 요즘은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라디오를 듣는다. 유튜브로 스튜디오 안을 공개하는 ‘보이는 라디오’가 대세를 형성하면서 라디오는 보는 매체로 진화했다. 나는 여전히 전...
“동글동글하고 무게감이 있어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 좋아요. 안정감도 느껴지고요.” 취업준비생 정진우(23)씨는 지난해 초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반려돌’을 구입한 뒤 ‘데리고’ 군대로 복귀했다. “민망해서 돌에게 이름까지 지어주진 못했”지만 그는 여벌의 군 ...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며칠 동안 이어지던 봄비가 그치고 비로소 맑은 어느 날이었다. 집에만 있기엔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어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춘천.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달릴 때는 차창을 내렸다. 상쾌한 봄바람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여름이 오면 이렇게 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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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활짝 웃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레오는 경기 포천 농부 원혜덕(68)씨 부부가 키우는 골든 리트리버다. 그가 운영하는 평화나무농장의 방문객들은 처음 보는 ‘웃는 개’에 놀란다. “웃는 게 아니에요. 입꼬리가 올라가서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지난달 찾은 평화...
최근 전기차와 관련된 소식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크게 두 가지를 내세운다. 먼저 빠른 충전 속도와 늘어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이 둘은 좋아진 사용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한 축은 고성능이다. 높은 최고속도와 더 빠른 가속력을 내세우는 전기차들이 늘고 있다...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설계(눈이 여름철에도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높은 산골짜기)를 보는 순간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설계를 안전하게 돌파하려면 최소 아이젠 정도는 필요한데 준비가 부족했다. 여름 산행이라고만 생각했지 3000m 산이라는 사실은 까맣...
재미있는 이야기로 남을 즐겁게 하는 일, 유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다. 그런데 옆 사람이 “네가 할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슨 낯으로 익살을 말하겠다는 거냐”며 쏘아붙인다면?14세기 영국의 작가 제프리 초서가 쓴 ‘캔터베리 이야기’에 비슷한 장...
위스키를 즐기다 보면 가고 싶은 여러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격·풍미·스타일 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가다 보면 기준이 되는 위스키가 하나쯤 생긴다.내겐 ‘글렌피딕 15년’이 기준이 됐다. 여러 위스키를 평가하는 이정표인 셈이다. ‘이건...
“생일 축하해!” 이른 아침, 식구들의 축하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 4월의 마지막 목요일은 만 8살 아들의 생일이었다. 이번 생일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던 아들의 바람에 나와 아내는 휴가를, 학교에는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다. 푸른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유난히 짙...
5월 메릴랜드의 숲속은 봄꽃들이 사그라지고 새싹이 반짝반짝 솟아난다. 연둣빛 물결 속을 걸으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소담한 꽃송이들이다. 튤립나무의 꽃이다. 튤립나무는 이맘때 꽃이 피는데 나무가 워낙 높이 자라다 보니 꽃이 핀 줄 모르고 놓치기 일...
어둠 속에서 빛을 뿜던 손전등, 누군가의 손에 들린 무기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손전등이 무슨 무기냐고 반문하지 말길 바란다. 주황색 불빛이 얼굴을 비추던 순간 나는 ‘숨죽인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처음 알았다. 누군가를 그처럼 즉각 얼어붙게 한다면 손전등이 아...
소설가 김훈이 ‘흑산’을 출간한 때는 2011년이다. 그의 나이 예순셋. 초로에 접어든 소설가는 천주교 박해에 연루되어 흑산도에 유배된 손암 정약전(1758~1816)의 삶을 화두 삼아 당대의 시대상에 집중한다. ‘흑산’은 김훈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도 밝혔듯이 주인공이...
예전에 독일 어느 도시에 앉아 있었다. 메뉴에 수십 가지가 있었는데 영어 병기가 안 되어 있어서 직원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올 소시지!”조리법은 삶고 굽고 찌고 훈제하고. 모양은 굵고 가늘고 짧고 길고. 뉘른베르크니 프랑크푸르트니 분데스리가 축구에서나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