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순간을 몇년 전부터 기다려왔다. 드디어 오늘 꿈이 이뤄졌다. 이제 ‘메이저 우승 없는 1위’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됐다.”
27일 저녁(현지시각)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7 호주오픈 테니스(총상금 5500만호주달러, 약 463억원) 여자단식 결승전. 세계 1위 시모나 할레프(27·루마니아)와 2시간50분 동안의 혈전 끝에 2-1(7:6<7:2>/3:6/6:4) 승리를 거두고 우승 상금 400만호주달러(34억5000만원)의 주인공이 된 세계 2위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8·덴마크)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닐 다이아몬드의 ‘스위트 캐럴라인’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보즈니아키는 할레프에 대한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지금 매우 힘든 순간인 것을 알고 있다. 오늘은 내가 꼭 이겨야 했지만 앞으로 우리는 또 여러 차례 맞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다. 미안하다.” 할레프는 “경기가 끝나고 울었지만 지금은 웃을 수 있다”고 감정을 억누른 채 “이번에도 (메이저 우승) 가까이 갔는데 마지막에 체력이 다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보즈니아키로서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그랜드슬램대회 여자단식 첫 우승 트로피였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10년 세계 1위에 처음 올랐으나 이후 그랜드슬램대회 우승이 없어 ‘무관의 여왕’이라는 말을 듣던 터. 그는2009년과 2014년 두 차례 유에스(US)오픈 준우승에 이어 3번의 도전 만에 그랜드슬램대회 여왕이 됐다. 또 이번 우승으로 2012년 1월 이후 6년 만에 세계 1위에 다시 오르며 ‘오픈 시대’(1968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공백을 딛고 1위에 다시 오른 여자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체력이 달려 경기 중 힘겨운 모습을 보였던 할레프는 2014년과 2017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에 이어 다시 한번 그랜드슬램대회 여자단식 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