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누리집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27)씨가 공범인 강아무개(25)씨 외에 제3의 인물과 통화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경찰은 범행 전후 공씨와 통화한 이 인물이 범행의 배후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정석화 수사실장은 4일 브리핑에서 ‘공씨가 최 의원이나 의원실 보좌관, 한나라당 당직자 등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용이 좀더 분명해지고 (공씨의 행적이) 확인이 다 되면 말하겠다”고 대답해, 사실상 제3의 인물과 통화가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 통화내역이 ‘윗선’이나 ‘배후’와 관련성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어, 공씨의 통화내역이 사건의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미 공씨가 디도스 공격을 수행한 강씨와 10월25일 밤 9시부터 26일 새벽까지 다른 사람 명의인 ‘차명폰’으로 30여차례에 걸쳐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공씨가 강씨 외에 통화한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이날 공씨의 전화통화·이메일 내역과 함께 은행 계좌 등에 대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앞서 2일 강씨가 운영하는 대구의 누리집 제작업체 ㄱ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3일에는 강씨의 대구 집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또 강씨 일당이 애초 알려진 200여대보다 훨씬 많은 1500여대의 좀비피시(PC)를 확보해 선관위 누리집을 공격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돈을 주고 구매한 사실도 확인했다. 정 실장은 “디도스 공격 시작 시점인 새벽 5시50분께 263MB(메가바이트)에 불과했던 트래픽이 선관위 누리집이 사이버대피소로 피신한 오전 8시30분 이후 1~2GB(기가바이트)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좀비피시를 본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일부 구입했다는 진술이 나와 자금 출처 등을 추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경찰은 매출이 전혀 없는 누리집 제작업체를 운영하면서도 직원들 월급을 밀리지 않고 지급한 점, 강씨가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닌 점, 서울 강남의 빌라를 본인의 이름으로 임대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자금 출처를 파악하는 것이 윗선이나 배후를 알아내기 위한 또다른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실장은 “강씨는 ‘대포통장과 신분증 위조 등으로 돈을 마련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일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공씨 등 일당 4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4일 밤 “최구식 의원이 홍보기획본부장직 사의를 전화로 알려왔고, 당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최의원 비서, 해킹전후 ‘제3인물’과 통화
경찰 “확인되면 다 말할것”…‘윗선개입’ 조사
최구식 의원 당직 사퇴…범행 4명 모두 구속
유선희기자
- 수정 2011-12-04 22:16
- 등록 2011-12-04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