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언론들이 보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지나친 추정, 사생활 보도 등 선정성 경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하는 내용에만 눈길이 쏠려 정작 밝혀야 할 핵심 의제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주도하는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대책회의)는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것이 알고 싶다’ 프로젝트를 실행한다고 밝히고, 앞으로 언론이 추적해야 할 10대 핵심 의제를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이뤄진 여러 가지 일 가운데 최순실씨가 개입한 ‘국정농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사안들을 지목한 것이다. 언론노조는 10대 의제를 각 본부·지부에 전달해 ‘보도 투쟁’을 독려할 계획이다.(‘시민이 제안하는 최순실 국정농단 10대 의제’ 바로가기: http://sunsiri.tistory.com/)
10대 의제를 살펴보면, 먼저 ‘세월호’ 영역에서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줄곧 “사생활이라서 밝힐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으나, 최씨의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난 이상 이를 사생활로만 감출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영역의 핵심 의제는 “외교 사안에서 대통령은 어디까지 최순실에게 의존했는가”다. 이미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 등이 사전에 최씨의 손을 거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최씨가 비선모임을 운영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의 정책을 논의했다”는 폭로가 나왔는데, 이는 ‘대북정책’ 영역에서 “예측할 수 없고 돌발적인 대북정책은 최순실의 영향인가?” 의문으로 이어진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20개 가까운 기업이 770억원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단지 ‘재벌 갈취’ 문제가 아니라 “재벌과 대기업이 최순실과의 거래를 통해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밝히는 것이 핵심이란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러 영역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것은, “최순실, 차은택이 사유화하고 검열한 문화 행정·사업의 끝은 어디인지” 묻게 한다.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의 배경은 무엇인지”도 핵심 의제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등을 측근들로 채운 것으로 드러난 최씨가 “청와대 및 정부 부처 공직 인사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특히 언론 분야에서는 “공영방송은 최순실의 인사 전횡에서 자유로웠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귀국한 뒤 출석할 시간을 주는 등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대책회의는 “산적한 의혹 규명에 검찰을 과연 믿을 수 있는지” 묻고, 검찰 수사의 허점을 밝혀내는 것을 언론의 첫번째 임무로 꼽았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최순실 리스트’를 밝히는 것도 핵심 의제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경우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변인이었는데, 최씨가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 시나리오를 손본 전 과정을 알 만한 위치에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언론이 반드시 밝혀야 할 10대 의혹은…
‘대통령의 7시간’ 진실은 뭔가
최순실, 외교·안보 정책 개입했나
청와대·정부 부처 인사 개입 어디까지
최원형기자
- 수정 2019-10-19 11:23
- 등록 2016-11-03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