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3년전 느리고 행복한 삶을 찾아 충북 제천으로 내려간 그림책 작가 신혜원씨가 만화 작가인 남편 이은홍씨와 함께 밭에서 골라낸 돌로 만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
시골살이 3년 그림책 작가 신혜원씨네
흔히 ‘몸빼’라고 부르는 펑퍼짐한 바지에 검은색 털 고무신, 밀짚모자, 작업용 앞치마를 걸친 그는 영락없는 시골 아줌마다. 서울에서 자라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유명 그림책 작가라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글자없는 그림책>, <어진이의 농장일기> 등을 지은 작가 신혜원(44)씨. 만화 작가인 남편 이은홍(48)씨, <어진이의 농장일기>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들 어진(17)이와 함께 2004년 5월 성냥갑 같은 도시의 아파트 생활을 접고,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리의 허름한 농가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흙을 밟고 살기 시작한 지 이제 갓 3년이 지났지만, 시골살이의 즐거움에 흠뻑 취해 15년 가까이 자신들의 삶을 지배해 온 아파트 생활이 아주 먼 옛날 일로만 느껴진단다. 이들의 ‘느리고 행복한’ 일상을 살짝 들춰봤다. 서울 토박이, 탈출을 꿈꾸다신씨는 서울 사람이다. 태어난 곳은 경북 의성이지만, 세 살 때 서울로 올라와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결혼을 하고 그림책 작가로 제법 이름도 얻었건만, 그의 마음 한 켠에선 늘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심이 꿈틀댔다. 드라큐라처럼 밤에 일을 하고, 해가 뜰 무렵이면 잠자리에 드는 단조로운 일상, 그것도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이뤄지는 반복적인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콘크리트에 갇힌 삶 탈출하는 꿈 꾸다가
“똥 치워도 좋으니 시골서 살자”는 아들 말에 보따리
제천에서 맞은 첫 아침은 몇년 산 듯 낯익더니
3년 지나도 텃밭·화단가꾸기 재미에 하루가 후딱
일부러 찾아 나서야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밖에 나가려면 남의 눈을 의식해 겉모습을 꾸며야 하는 삶이 싫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나서면 좁은 공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비로소 세상과 만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은 회색빛 콘크리트에 갇힌 도시인의 삶을 웅변해주는 듯했다.
|
|
|
|
신씨와 이씨는 시골로 내려와 맞은 첫 아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깥에 나가 봤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가 어젯밤에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낯이 익고 포근한 거예요. 마치 몇 년은 산 집처럼요.” 신씨는 시골에 온 뒤의 자신의 삶을 ‘무념무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욕심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산다는 뜻일 게다. 신씨가 이 곳에 온 뒤로 4년째 쉬엄쉬엄 하고 있는 일이 있다. 700평 넓이의 마당에 산책로를 만드는 일이다. 먼저 20cm 깊이로 땅을 파고 큰 돌을 깐 뒤, 차츰 작은 돌로 차곡차곡 메운다. 날마다 텃밭과 화단을 일구면서 골라낸 돌을 깡통에 담아 옮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마당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완성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한을 정해 놓으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굳이 언제까지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신씨는 “길 닦으면서 도를 닦는 셈”이라며 밝게 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