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넉달 만에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가운데, 미국에선 강에 보나 댐을 설치할 경우 강물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수질이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실증 연구보고서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18일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폭스·네오쇼강의 보 설치에 따른 수질·생태계 영향을 연구한 다섯 편의 논문을 국회도서관에서 받아 공개했다. 논문을 쓴 이들은 환경 전문가나 하천·어류 전문가들로, 이들은 보를 설치한 하천 일대에서 어류 수와 종이 줄고 수질이 악화하는 등의 생태계 변화가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자연사연구소의 제러미 티먼 연구원 등이 2007년에 쓴 논문을 보면, 일리노이주 폭스강에 설치된 5개 보의 주변 9곳을 조사한 결과, 물이 잘 흐르는 지역에 견줘 보로 둘러싸인 곳에선 민물 홍합의 어획량이 줄었다. 어종이 아예 사라진 사례도 크게 늘었다. 앞서 2005년 맥스 맥그로 야생생물재단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폭스강의 보 설치 때문에 어류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해 모두 30종의 어류 분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되어 있다. 논문은 “보가 수질과 서식지의 질을 떨어뜨리고 하천 구역을 여러 개로 나누게 돼 하천의 어패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를 지나는 폭스강에는 15곳에 댐이나 보가 건설돼 있다.
캔자스주 네오쇼강에서도 보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많았다. 엠포리아대의 데이비드 질레트 교수(생물학) 팀은 2005년 어류학술지인 <코피아>에 발표한 논문에서 “댐과 가까운 상류지역에서는 깊고 천천히 흐르는 물에 사는 어류가 많고, 댐 바로 아래 지역에서는 얕고 빨리 흐르는 물에 사는 어류가 많았다”며 “보 설치가 어류 생태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오타와주와 미국 캔자스주를 관통하는 네오쇼강에는 주로 미군이 건설한 댐 등으로 생긴 여러 개의 인공호수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모두 16개의 보를 세우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다음달 각 지방국토청에서 작성한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최종안을 발표한다. 그러나 쫓기는 사업 일정 탓에 현장조사 자료로 환경부가 매년 진행해 온 ‘수생태 건강성 조사’와 ‘전국 자연환경 조사’ 자료를 끌어쓰면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생태계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지방국토청에서 5곳으로 나눠 진행하는 전국조사 결과 등도 충분히 반영해 최종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미국 하천, 보 설치뒤 생태계 크게 변해”
전문가 실증논문 공개…수질·어류분포에 악영향
김성환기자
- 수정 2019-10-19 11:23
- 등록 2009-09-18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