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팀 500명, 홈팀 4명입니다. 결과는 좋지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격차를 더 벌려야 합니다.”
스포츠 중계가 아니다. 이스라엘 최고 인기 코미디쇼 ‘에레츠 네헤데레트(훌륭한 나라)’가 지난주 방송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 증가를 스포츠 중계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원정팀과 홈팀은 각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희생자를 뜻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팔레스타인에서 850명 이상 희생된 이스라엘의 침공사태를 스포츠 게임처럼 묘사한 이 코미디쇼가 논란을 빚고 있다고 10일 전했다.
“우리가 유치원인지 어떻게 압니까? (이스라엘이 쓰는) 히브리어로 표지를 세워놨어야죠.”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할을 맡은 연기자의 말이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령관 역할의 연기자는 가자지구 유치원에서 “우리는 귀여운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쇼의 수석작가 뮬리 세게프는 “대중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알리고 균형을 잡는 게 우리 일이다”며 ‘풍자’라고 강조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며, 우리에게는 어쩌면 필요악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9일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 조사에서, 이스라엘 유대인 95%가 가자침공을 지지했다. 바라크 국방장관이 이끄는 노동당은 지난 11월 조사에서는 2월 총선에서 7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16석을 얻을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국경지대는 망원경과 도시락 등을 준비해 전쟁 현장을 구경하러 오는 이스라엘인들로 북적대고 있다. 이들은 가자지구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 “브라보, 브라보”를 외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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