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런던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살인마 `잭 더 리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1888년 런던에서 최소한 매춘부 5명을 잇따라 살해했으나 끝내 경찰의 추적을 피한 영국판 `살인의 추억'의 주인공인 잭 더 리퍼의 이름을 적어 놓은 메모가 발견됐다고 가디언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런던경찰청의 블랙박물관이 공개한 이 메모는 당시 잭 더 리퍼를 추적했던 도널드 스원슨 경감이 상관인 로버트 앤더슨 경찰차장이 쓴 회고록 '공직생활의 밝은 면'이라는 책의 여백에 적어둔 것이다. 블랙박물관은 스원슨 경감의 증손으로부터 이 책을 박물관 소장품으로 기증받았다.
스원슨 경감은 이 메모에서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폴란드인 아론 코스민스키가 분명하다는 확신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코스민스키를 잘 아는 사람이 그가 범죄 용의자라는 사실을 확인해줬으나 "자신의 증언으로 유대인인 코스민스키가 살인죄로 기소돼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는 것 때문에 마음에 부담을 갖기 싫어 증언 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 누이를 칼로 공격하다 경찰에 체포돼 비밀리에 신문을 받기도 했던 코스민스키는 결국 정신병 요양원에서 사망했다고 스원슨 경감은 말했다. 정신병원의 기록이 맞을 경우 코스민스키는 1919년까지 살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코스민스키가 지금까지 나온 잭 더 리퍼에 대한 묘사와 많이 닮아서 놀랐다며 새로운 주장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가 과연 누구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잭 더 리퍼의 후보자로는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인 앨버트 빅터 왕자로부터 1891년 독감으로 사망한 클래런스 공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롤까지 여러 사람이 거론됐다.
미국의 유명한 여성 추리소설 작가 패트리샤 콘웰은 인상파 화가 월커 시커트가 잭 더 리퍼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개인 돈 600만달러를 들여 조사한 뒤 '살인마의 초상화: 잭 더 리퍼, 수사 종결'이라는 논픽션책을 내기도 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