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28일 이혜민 전 G20 국제협력대사(왼쪽)와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2019년 1월28일 이혜민 전 G20 국제협력대사(왼쪽)와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미국 통상 전문가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관세 부과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2019년 1월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혜민 전 G20 국제협력대사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쪽 수석대표였다.

미 상무부는 자동차 관세 부과와 관련해 조사 결과 초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16일까지 최종 결정한다. 앞서 2018년 11월28일 GM 북미 공장 폐쇄 방침이 발표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동차 25%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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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웬디 커틀러 전 부대표: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오바마 행정부와 재계, 의회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를 인상해 정면으로 부각된 것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무역전쟁에 나서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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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전 대사: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디지털 이코노미에 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으로 디지털 분야에서 도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디지털 이코노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데이터로 보는데, 이러다보니 두 나라가 데이터와 보안 문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야당인 민주당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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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결과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커틀러 전 부대표: 무역전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무역전쟁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세 부과로 이미 세계경제는 물론 노동자, 농민, 소비자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되도록 빨리 무역전쟁을 마무리해야 시장에 좋은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세계경제도 나아질 것입니다. 이혜민 전 대사: 무역전쟁은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을 중국이 어느 정도 받아들이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두 나라가 결국 합의할 것으로 보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될 여지도 있습니다.

두 나라 무역전쟁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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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전 대사: 우리나라의 수출품 비중은 중국(홍콩 포함)이 35%, 미국은 12%에 이릅니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에 첫 번째와 두 번째 교역 대상국입니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은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중국제조 2025’에 관련돼 생산되는 품목(고성능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과 제약 원료, 산업로봇, 첨단 화학제품, 전기자동차, 발광다이오드, 반도체 등)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도 이런 제품이나 부품을 수입도 하고 수출도 하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커틀러 전 부대표: 중국은 국가 주도의 경제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영기업, 기술이전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무역 질서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역시 이런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제232조 적용 확대를 검토하는데요. 현재 자동차 관세 25% 부과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커틀러 전 부대표: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물품 수입을 제한하고 최대 25%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규정입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에 이 규정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미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죠. 무역확장법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까지 확대된다면 많은 이해당사자가 반발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미국 교역 상대국뿐만 아니라 미국 재계에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미국과 한국은 FTA 개정 협상 때 관세를 면제하기로 합의했죠. 동맹국과의 신뢰는 지켜야 합니다. 다만 관세 부과를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상황이 아니고, 연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혜민 전 대사: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개정 협상으로 비관세장벽 우려를 해소한 상황입니다. 한국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면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때 김종훈 당시 한국 쪽 수석대표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고 들었습니다. 커틀러 전 부대표: 협상 당시 내가 “(우리는) 전생에 어떤 일을 했기에 이처럼 힘든 걸 해야 하는가”라고 말하자, 김 수석대표가 “(로마) 검투사였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테이블을 사이에 둔 우린 둘 다 글래디에이터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바로 각자의 국익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열린 토론회 ‘2019 KIEP-ASPI 라운드테이블’에는 웬디 커틀러 전 부대표와 이혜민 전 대사,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해 한-미 FTA 재협상 이후 우리나라의 통상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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