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독점적 고발권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곧바로 대기업과 대형로펌에 재취업 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공정위 공직자윤리법 준수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12~2016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한 공정위 출신 4급 이상 퇴직자 20명 가운데 13명(65%)는 대기업에 재취업했다. 이들 퇴직자들이 취업한 곳은 케이비(KT), 롯데제과, 에스케이(SK)하이닉스, 하이트진로, 삼성카드,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지에스(GS)리테일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단이다.
또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광장 등 대형로펌에도 4명이, 회계법인(안진회계법인)과 언론사(파이낸셜뉴스)에도 각 1명이 재취업했다.
이들 가운데 단 1건을 제외한 19건(95%)은 퇴직 후 6개월 안에 바로 재취업을 한 경우였고, 불과 한 달여만에 취업을 한 사례도 35%(7건)에 이르렀다. 특히 대기업에 재취업한 13건 중 9건(70%)은 ‘고문’이라는 고위 직책으로 영입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업계의 ‘공피아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는 국무위원·국회의원·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등을 취업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일로부터 3년 간 퇴직 전 5년 이내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는 취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김해영 의원은 “공직자윤리위는 고위 공직자가 업무 연관성이 높은 직군으로 재취업을 하는 것을 대부분 승인해 줘 취업제한 심사의 유명무실함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던 공정위 공직자들이 관련 업계로 재취업하는 행태는 노골적 방패막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며 “공직자윤리위 취업제한 심사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