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일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지난 20여년간 여당 대변인, 여성 최초의 청와대 정무수석, 장관 등을 연임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의 공직인생은 허망한 마침표를 찍었다. 평소 애착을 보였던 문화예술행정의 수장에 올랐지만, 예술인 블랙리스트 공작에 연루되면서 그간 쌓은 명예로운 이력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21일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혐의로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구속수감된 뒤 사임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내 여성정치인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스펙’으로 주목받았다. 서울 서초구 재력가 집안에서 자라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5살 때 사시에 합격해 국내 최고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들어갔고, 2007년 씨티은행 부행장을 거쳐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돼 한나라당 대변인 최장수 재임 기록(665일)을 세웠다.

2013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으로 일한 뒤 대통령 핵심측근으로 활약하면서 그는 여성으로서 전례없는 고위 공직들을 잇따라 꿰찼다. 여성가족부 장관(2013년 3월~2014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2014년 6월~2015년 5월), 문체부 장관(2016년 9월~2017년 1월) 자리였다. 그러나 ‘꽃길’ 행보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이 제기(<한겨레> 2016년 11월8일치 1면)되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12월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농단 특위 활동이 시작되자 그는 국회 청문회에 나가 “블랙리스트는 지시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 천번 만번 물어도 대답은 같다”고 했지만, 새해 1월9일 청문회에서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결국 시인하기에 이른다. 이후 문체부 직원들 증언 등에 바탕한 국회의 위증죄 고발과 특검의 직권남용 혐의 적용으로 2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그는 표현의 자유를 짓누른 ‘헌정범죄자’로 전락했다. 미술과 오페라를 좋아했던 조 전 장관은 책 <문화가 답이다>(2011·시공사)에서 “삶이 윤택해짐을 느끼고 뿌듯하고 따뜻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것, 나는 이것을 문화의 힘이라고 믿는다”(228쪽)는 소신을 펼쳤지만, 소신을 뒤엎은 전력 탓에 차가운 감방에 갇힌 처지가 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